[남자의 장난감, 조립PC AtoZ]

1부, 부품편

2부, 조립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절대 그렇지 않다. 가을은 계임의 계절이다. 올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는 대작 게임이 줄을 섰다. '배틀필드 1', '문명6', '기어즈 오브 워4'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게임이 한 가득이다. 비록 주말 밖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위클리 워리어(Weekly Warrior)' 신세지만, 신나게 즐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 PC만 받혀 준다면 말이다.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오버워치(OverWatch)를 비롯해 최신 게임을 고사양으로 즐기려면 PC 업그레이드는 필수 과목이 됐다. 여기에 다이렉트X 12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불과 3~4년 전에 교체한 PC조차 최고사양으로 게임을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졌다.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디지털 카메라 화소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4K 화질 동영상이 늘어나는 등 고사양 PC가 필요한 이유는 많아."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올 가을 대작 게임을 즐기기 위해 조립PC 구매에 도전해 봤다.

게이밍, 고화질 영상 편집용 PC, 향후 5년간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도록

듀얼코어가 최고인줄 알던 시절에 PC를 조립해 보고는 실로 오랜만에 도전이다. 그 사이 PC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그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사항도 실로 다양해졌다. 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부품인 CPU를 비롯해 기본이 되는 메인보드, 메모리, 그래픽카드, SSD, HDD 그리고 파워서플라이(PSU)까지 서로 궁합도 맞아야 하고 모델에 따라 지원하는 정도가 달라 초보자는 구매해 놓고 낭패를 보기 쉽다.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전문 가격비교 사이트나 조립PC 전문 사이트에서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조립PC를 판매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AS도 수준급이다. 1년 보증은 물론이고 출장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운영체제를 구매하면 아예 설치까지 해 준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려면 역시 CPU와 그래픽카드가 가장 중요하다. 성능이 좋을수록 비쌀 수밖에 없다. 현재 시점에서 CPU는 인텔 코어 i5-6세대 6600으로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출시된 게임들이 대부분 듀얼 코어만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드문 경우에 쿼드코어인 i7이 필요한 정도다. 그래픽카드도 마찬가지다. 데스크톱PC의 경우 엔비디아 GTX960 모델이면 대부분 게임을 고사양으로 즐길 수 있다. 그렇지만 최신 게임을 최고사양으로 즐기고 싶다면 조금 무리를 해야 한다. 향후 수년간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 수준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다.

먼저 CPU는 인텔 i7-6세대 6700K를 선택했다. 6600으로도 충분하지만 오버클락킹을 지원하는 K를 골랐다. CPU 모델명 뒤에 붙는 숫자가 클수록 고성능으로 K가 붙은 모델은 순간적으로 정해진 성능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내도록 오버클럭킹(OC)이 가능하다. 물론 메인보드(M/B)가 받혀줘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대해선 뒤에 설명하겠다.

엔비디아 GTX 1060 레퍼런스 모델./사진=엔비디아 공식 사이트

다음으로 그래픽카드다. 아무리 CPU가 고성능이어도 그래픽카드가 좋지 못하면 고사양 게임을 원하는 수준으로 즐길 수 없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현재 엔비디아와 AMD가 혈전을 벌이는 중이다. 한쪽이 가성비 높은 모델을 출시하면 다른 쪽이 더 좋은 제품을 출시하는 형국이다. AMD가 선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엔비디아가 앞서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엔비디아 GTX 1060 6GB 모델은 엔비디아가 가장 최근 선보인 그래픽카드로 가성비의 ‘끝판왕’ 급이다. 한 단계 윗 급 모델인 GTX 1070에 아주 살짝 못 미치지만 바로 이전 세대 최상급 모델인 GTX980과 견줄 정도로 고성능이다. 레퍼런스 모델보다는 ‘비레퍼’로 불리는 국내 제조사 제품이 가성비가 좋다. 문제는 AS. 그래픽카드는 고주파 문제 등 관련 AS가 끊이지 않는 분야다. 가격비교 사이트나 관련 커뮤니티를 참고해 AS 문제가 많은 유통, 제조사 제품은 피하도록 하자.

메인보드 선택, CPU·그래픽카드·메모리·SSD 지원여부 확인필수

아수스 Z170 게이밍 메인보드./사진=아수스 글로벌 사이트

메인보드는 CPU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인텔이 새로운 CPU를 출시할 때마다 소켓을 달리해 왔기 때문이다. 즉 구형 메인보드를 사용 중이라면 CPU만 교체해서는 안 되고 전체를 다 교체해야 한다.

인텔 스카이레이크는 인텔 100 시리즈 메인보드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다시 사용하는 칩셋에 따라 크게 Z170, H150, B150 모델로 나뉜다. 오버클락킹 등 고성능 게이밍 환경을 구성하려면 반드시 Z170 칩셋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H150 쪽이 게이밍 환경에 좀 더 특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일부 옵션을 제외하면 보급형인 B150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커세어 벤전스 LED DDR4 메모리./사진=커세어 공식 홈페이지

의외로 중요한 부품이 메모리다. DDR4 메모리 지원이 스카이레이크 업그레이드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힐 정도다. DDR3에 비해 30% 가까이 향상된 성능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메모리는 설계 특성상 같은 용량이라도 하나보다는 두 개로 듀얼 채널을 구성하는 게 효율이 높다. 예를 들어 16GB라면 8GB 메모리 두 개를 설치하는 식이다.

같은 DDR4 메모리라해도 대역폭이 큰 쪽이 고성능이다. CPU가 코어가 많은 수록 고성능인 것과 비슷한 이유다. 보급형은 대부분 2000MHz 중후반인데 반해 고성능 모델은 3000에서 3200MHz에 이른다. 메모리도 오버클럭이 가능한데 XMP 2.0 지원 여부를 살피면 된다. CPU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스에서 설정만 바꾸면 간단히 오버클럭킹이 완료된다. CPU와 마찬가지로 메인보드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

PC의 체감성능을 높이려면 저장매체가 의외로 중요한 요소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운영체제(OS)는 SSD에 설치하는 것이 전반적인 프로그램 구동 시간을 줄여준다.

SSD를 고를 때는 가성비가 좋은 MLC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용한 메모리의 모델명으로서 TLC는 성능이 떨어지고, SLC는 가성비가 문제다. 다음으로 연결방식이다. 같은 M.2 SSD라 해도 연결방식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 최신 모델은 SATA3, PCIe 그리고 NVMe 등 세 가지 포맷을 지원한다.SATA는 하드디스크(HDD)처럼 케이블로 연결하는 것이고 PCIe는 그래픽카드처럼 메인보드에 직접 연결하는 것이니 후자가 빠른 건 당연하다. 가장 빠르고 고성능인 NVMe는 차세대 규격으로 인텔 스카이레이크 메인보드가 아니면 지원하는 않는 경우가 많아 확인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부품을 조합해도 심장이 시원치 않으면 제성능을 내지 못한다. 예전에는 파워서플라이의 중요성이 무시되곤 했는데 고성능 PC가 흔해진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부각 중이다.

파워에는 정격용량이 있는데 보급형은 400W면 충분하지만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려면 600W정도는 돼야한다. 고성능 파워는 고가의 콘덴서를 사용하고 과전류, 과전압 차단 기능에 접지까지 되어 있으며 내부 모니터링 기능(DSP)까지 갖추고 있다. 커세어의 80 PLUS 골드 등급의 최상급 파워의 경우 일본제 캐퍼시티에 엑티브 PFC 회로를 채택했고, 풀 모둘형 케이블로 필요한 케이블만 선택 장착해 전력 소모를 방지한다.

커세어 수냉식 쿨러 H 115i.

영화 '미션 임파서블 3'를 보면 한 요원이 정보를 캐내기 위해 서버실에 침투하는 데 뜨거운 열기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모두 엄청난 열을 발생시킨다. 온도가 높아지면 성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쿨러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준 이상의 오버클럭킹을 하려면 고성능 쿨러를 사용해야 한다. 쿨러는 히트싱크와 쿨링팬만을 사용하는 공랭식과 자동차처럼 액체를 사용하는 수냉식으로 나뉜다. 수냉식이 당연히 고가지만 성능은 확실하다. 하지만 조립이 복잡하고 유지보수가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커세어 하이드로 시리즈 H115i는 워터펌프, 라디에이터, 튜브 등이 일체형으로 유지보수가 필요 없고 조립이 간편해 인기가 높다.

마지막은 PC 케이스다. "케이스, 그까짓 거 아무려면 어때"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PC는 민감한 제품이다. 고성능 부품을 사용했다면 70~80도까지 치솟는 내부의 열을 빠르게 외부로 방출해야 한다. 내구성을 위해 진동도 최소한으로 잡아내야 한다. 디자인도 천차만별이라 사용자 취향에 맞는 모델을 골라야 한다. 너무 저가 모델보다는 중고가 이상을 선택해야 정신건강에 좋다.

기사는 "리뷰식 조립 PC" 에 관한 "리뷰조선" 출처의 " 2016. 09. 29" 일자 보도기사 입니다.